사춘기의 가치를 일깨우는 문학 멘토링
이 책의 저자 김열규 선생은 평생을 국문학과 민속학 연구에 매진해 온 우리 시대 최고의 한국학 석학이다. 73세가 되던 해, 지리산 고등학교에서 학생들과 나눴던 대화를 토대로 이 책을 썼다. 청소년이 평소에 살면서 떠올린 궁금증에 대한 생생한 답을 저자 자신의 삶과 문학 작품 속 다양한 주인공들의 삶을 넘나들며 흥미진진하게 풀어간다. 나는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어른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지, 사랑한다는 감정은 어떤 것인지, 일은 삶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등에 대해 시, 소설, 설화 등의 문학 작품 속에서 답을 길어 올릴 수 있도록 안내한다. 우리 시대 큰 어른이 들려주는 문학 이야기에는 푸근한 온기가 흐르고, 시대를 관통하는 인생의 깊이와 삶의 지혜가 묻어난다.
왜 사춘기는 꼭 아프고 참아야만 할까?
사춘기는 아픈 시기가 아니야. 아픔에 물들지 않는 시기지.
올해는 유독 집단 따돌림과 학교 폭력, 자살 등 청소년에 관한 우울한 보도가 쏟아지는 해였다. 각종 미디어와 기성세대가 십 대를 바라보는 시선엔 우려와 걱정이 앞서고, 부정적인 이미지로 가득 차 있다. 청소년은 성숙하지 못한 불완전한 존재이자 변화시켜야 할 대상으로 여겨진다. 남보다 더 나은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선 무엇이든 참고, 견뎌야 하는 시기. 가슴속에 피어나는 설렘과 외로움,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도 잠시 억눌러야 하는 시기. 이것이 21c의 새로운 사춘기 정의가 되어버린 게 요즘의 현실이다.
사춘기의 본뜻은 ‘봄을 생각하는 시기’이다. 애써 꾸미지 않아도 싱그럽고, 불안 속에서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뜨거움으로 가득찬 시기. 누군가에 대한 두근거리는 감정으로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시기. 그게 바로 사춘기다. 하지만 치열하고 삭막한 현실에서 사춘기 본래의 의미는 상실되었다. 누구나 겪지만 지나고 나면 잊혀지는, 누구나 겪기 때문에 생색낼 수도 없는 사춘기의 아름다움과 고유한 가치를 이 책은 차근차근 일깨우고 있다.
21c 사춘기, 문학 속 소년 소녀를 만나다!
저자는 《토니오 크뢰거》의 주인공 토니오를 통해서 외로움의 감정도 나만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석탈해〉 설화의 탈해왕의 삶을 통해 현명하게 재능을 펼치는 법을 알려 주고, 《바보 이반》 속 이반 형제의 이야기를 통해 바보스러움의 미덕과 보이지 않는 이면의 가치를 볼 것을 당부한다. 이 책을 통해 청소년은 문학 작품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주인공들의 삶과 만나면서 사춘기를 어떻게 보내야 하는지, 어떻게 하면 아픔에 물들지 않고 찬란하게 빛나는 삶을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문학 작품을 읽는 재미와 그 속에 담긴 인생의 의미를 동시에 얻고 싶은 독자라면 꼭 놓치지 말아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