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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 철학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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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연, 베스트셀러를 쓰다

글쓴이 염명훈
출간일 2015-04-01
가격 11,000원
판형 144*210
분량 216쪽
ISBN 978896496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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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일연은 《삼국유사》를 왜 썼을까?

일연은 왜삼국유사를 썼을까?

 

책 소개

삼국유사삼국사기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표적인 역사서이다. 특히 삼국유사에는 야사라고 불리는 이야기만이 가득하다. 고려 시대 사람인 일연은 왜 고구려, 신라, 백제 시대의 이야기들을 모아서 책으로 만들었을까?

고등학교 역사 교사이기도 한 저자는 승려로서의 업적보다는 삼국유사의 지은이로 유명한 일연에게 삼국유사는 어떤 의미일지를 추측해 이 소설을 썼다. 그리고 몽골의 침략으로 피폐한 고려의 백성을 위하는 일연만의 사랑법이 담겨 있다고 저자는 느꼈다.

그것을 바탕으로 쓰인 일연, 베스트셀러를 쓰다를 통해 700년 넘는 세월 동안 읽히는 베스트셀러 삼국유사를 읽어볼 수 있다.

 

 

출판사 서평

 

일연은 삼국유사를 왜 썼을까?

우리 역사의 어려운 시기 중에서도 백성에게 단연 고통스러웠던 때는 아마도 일연이 살던 고려 중기쯤일 것이다. 폭력적인 무신정권의 통치로 전국적인 농민 항쟁이 끊이지 않았으며 빠르고 강력한 군사력으로 세계 역사상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했던 몽골의 끔찍한 침략이 있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일연은 말로는 다 못할 그 어려운 시기를 통과하면서 이야기책 한 권을 남겼다. 바로 삼국유사(三國遺事)이다. 삼국유사를 역사책이라기보다 이야기책이라고 하는 이유는 일연 자신도 스스로 이 책에 삼국의 역사(三國遺史)라 하지 않고 세 나라의 여러 일()’이라 썼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연이 삼국유사속의 약 150여 개 이야기를 통해 영웅처럼 국난을 극복하거나 백성이 나아가야 할 바를 가르치려 했다기보다 당시의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려고 했을 것이라 생각했다.

 

나라가 지키지 못한 백성을 어루만지다

몽골의 지배를 받고 있는 고려에 사는 생동, 든금, 가초 세 소년은 일연스님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소년들은 고려라는 나라의 상황 때문에 상처받은 이들이고, 일연스님은 그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돌봐주고 삶의 길을 제시한다.

세 소년 외에도 몽골과 지배 세력에게 상처받고 아파하는 고려 백성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고자 일흔의 나이에도 지치지 않고 이야기를 모은다. 과연 이야기를 모으는 게 고려 백성에게 어떻게 위로와 용기를 줄 수 있다는 말일까?

이 책은 저자가 일연스님의 삶을 밝히려 노력한 책이다. 삼국유사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는가보다 그 책을 쓴 일연스님이 어떤 삶을 살았는가에 주목하고 싶어서 쓴 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내용의 전개는 삼국유사에 나오는 장들을 따라가고 있으니 이 책을 읽고 나서 삼국유사를 다시 한 번 찬찬히 읽어 보면 이해하는 데 훨씬 도움이 될 것이다.

 

 

인문학을 처음 시작하는 청소년을 위한 철학 소설 시리즈

청소년 인문서 분야의 혁신이라고 평가되며 중고교 교사와 학생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탐 철학 소설'은 동서양 사상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철학자들의 사상을 한 편의 소설로 풀어낸, 청소년을 위한 교양 소설 시리즈입니다. 소설을 읽듯 재미있게 읽다 보면 어느새 철학자들의 딱딱한 이론이 내 삶과 연관되어 쉽게 이해됩니다. '탐 철학 소설' 시리즈는 내용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여러 공공 기관 및 청소년 관련 단체에서 우수도서로 선정되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선정 청소년 권장도서

대한출판문화협회 올해의 청소년 도서 한국출판인회의 선정 이달의 책

책으로따뜻한세상만드는교사들 권장도서 한우리독서운동본부 필독도서

아침독서신문 추천도서

 

 

본문 내용

하지만 큰스님. 아무리 어리고 배운 것 없다 하나 마음마저 저리 거친 아이에게 큰스님 귀한 말씀이 무슨 소용이 되겠습니까? 돼지에게 진주를 주시는 것과 같습니다.”

무극, 난 더러운 돼지라도 진주가 필요한 일이 있다면 얼마든지 줄 수 있네. 지금 자네가 날 돕고 있는 일이 무엇인가? 옛 세 나라의 이야기를 모으고 그 이야기의 뜻을 찾아 지금의 사람들에게 맞게 깎고 맞추는 일이 아닌가? 그럼 그 이야기들이 왜 필요한 것이며 내가 일흔이 넘은 나이에 왜 그 길고 긴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바로 이런 아이들을 위해서라네. 온 마음에 상처뿐인 이 나라 백성을 위해서라네. 조금이라도 약이 될까 하여, 붕대가 되어 감싸줄 수 있을까 하여서 하는 일이라네.

자네 생각대로 자격이 있는 사람들, 어찌 보면 왕과 귀족들만 보라고 하는 일이 아니네. 비단옷을 몸에 두르고 높은 가마에 앉아 향기로운 술을 들고 있는 그들도 결국은 부처님 앞에서 흩어지는 연기와 같은 어리석은 중생이며 더러운 죄를 묻히고 사는 돼지일 뿐이니 이 땅의 모든 백성과 다르지 않네. 그러니 나는 우리가 하는 이 일이 설혹 진주를 만드는 일이라 하더라도 누구도 가리지 않고 그것을 줄 생각이네. 그래서 책 만드는 일을 시작한 것이라네.”

- 1<하늘에서 시작된 자는 모두 귀하다>

 

사미들이 내민 오른팔에 향이 세워졌습니다. 작은 스님들이 일제히 향에 불을 붙이자 길지 않은 향은 조용히 타들어 가기 시작했습니다. 보이지 않는 향기를 피우며 타들어 가는 향은 흔들리는 연기로 인간의 마음을 보여 주었고 그럼에도 작은 불빛으로 부처님을 향한 사미들의 굳은 의지를 보여 주는 듯했습니다.

그 불빛은 점점 살갗에 가까워졌습니다. 그럴수록 향은 바늘이 되어 아프게 찌르기 시작했습니다. 향이 더 깊이 파고들자 핏줄이 뚫리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다 뼈에 이르자 꽉 다문 어금니 사이로 자기도 모르게 앓는 소리가 삐져나왔습니다.

작은 향 하나가 주는 아픔이 이러하다. 작은 향 하나가 주는 번뇌가 이러하다. 작은 향 하나가 주는 슬픔이 이러하다. 이는 모두 몸에 오는 것이니 몸에 들어오는 고통은 모두 이러하다. 큰 병을 앓는 이나 이 작은 불꽃을 몸에 데이는 사람이나 겪는 마음이 같다. 따라서 이 의식을 통해 사미는 깨달아라. 중생들의 고통을. 장벽이 되는 몸의 한계를. 그를 넘어서라도 가까이 가야 할 불법의 빛을.”

무극스님의 말씀은 엄했지만 그래서 더욱 팔을 파고드는 이 향이 남길 자국과 같이 마음에 새겨지는 듯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향은 재를 남기고 흩어지고 팔뚝 한가운데 붉은빛이 남았습니다. 이 작은 점 하나가 주는 온몸의 고통을 생동과 든금은 기억했습니다.

- 3<부처님 법을 일으키라>

 

어머니, 견명이 왔습니다. 밝음이가 돌아왔습니다.”

이제 곧 백 살이 되는 어머니는 이제 곧 여든이 되는 아들의 머리를 가만히 쓰다듬으셨습니다. 깃털처럼 가벼운 무게에 굽고 상처투성이인 손으로 머리를, 이어서 얼굴을, 목을, 어깨를, 팔을, 무언가를 확인하는 것처럼, 손가락 끝으로 두드리듯 대어 보았습니다. 이미 초점

을 잃은 눈은 허공에 붙잡혀 있었지만, 그 손길은 70년 만에 곁으로 돌아온 아들을 다시는 놓지 않겠다는 듯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어머니의 손길이 팔을 내려와 다시 손에 이르자 어머니 손에 일연스님이 늘 쥐고 있던 염주가 닿았습니다. 한 나라의 국존에 어울리지 않는다며 임금과 높은 관리들이 온갖 정성으로 보석을 넣어 화려하게 꾸며 준 염주들을 끝까지 마다하고 늘 몸에 지니고 다니던 그 못난 염주에 어머니의 손이 닿자, 어머니는 놀랍게도 일연스님이 하시던 것처럼 하나하나 염주알을 만지듯이 돌리셨습니다.

- 10<효만큼 선한 일은 없다>

 

당치도 않으십니다. 큰스님. 제 비록 글에 눈 밝지 않아 삼국유사의 모든 뜻과 모양을 헤아리지 못한다 하더라도 저희에게 주셨던 말씀 중에서, 대중과 나누셨던 설법 중에서 드러난 그 이야기들의 정신을 어찌 모르겠습니까?”

미천한 저에게는 살아갈 힘이 되었고, 상처가 깊었던 생동에게는 따끔한 침이 되었으며, 길을 잃었던 가초에게는 등불이 되어 준 이야기들입니다. 어찌 저희뿐이겠습니까? 위로는 임금에서부터 멀리는 산속의 도적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이 걸어온 길을 보이시고 걸어갈 바른길을 또한 가리키신 것이 모두 그 이야기들인데 어찌 그것을 악업으로만 생각하신단 말씀이십니까?”

이야기라는 것이 자식과 같아서 한번 낳아 놓으면 어떻게 클지 아무도 모르는 법이지. 비록 내가 내 몸으로 자식을 낳아 보지는 못했다 하나 삼국유사는 말년에 늦게 나은 자식과 같으니 그런 염려에 빠지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 아니겠느냐. 부디 몸을 굽혀 바닥에 힘없이 누운 사람들을 일으키는 자식, 그런 책이 되어야 할 텐데.”

부질없는 걱정이십니다. 큰스님 말씀대로 책이 자식이라면 자식은 어버이를 닮는 것이 당연할 것인데 큰스님 생각이 있는 그 책이 남에게 도움이 되면 되었지 어찌 해가 되겠습니까?

- 10<효만큼 선한 일은 없다>

 

 

작가소개

글쓴이 염명훈

서울 한복판에서 부처님 오신 날에 태어났다. 봄 거리에 연등이 걸리기 시작하면 괜히 주변을 둘러볼 때가 있다. 조용하고 특징 없는 십 대를 견디면서 헌책방을 드나들었다. 이해하지도 못하는 낡은 책들을 사 모으며 읽다 버리기를 반복했다. 사범대학에서 교사가 지녀야 할 자질을 키우는 틈틈이 돈을 모으면 혼자 여행을 떠나곤 했다. 인도의 부다가야까지 흘러들어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으셨다는 보리수 아래 서 보기도 했으나 원하던 깨달음은 지금까지 얻지 못하고 있다. 20여 년 가까이 중·고등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쳤다.